세계여행/베트남

베트남 요리 여행기 [3편] – 지역과 삶을 담은 베트남 요리 – 그리고 미각 여행의 끝에서

찐종 2025. 3. 29. 05:58

 

📘 시리즈 3편: 지역과 삶을 담은 베트남 요리 – 그리고 미각 여행의 끝에서

 

3. 베트남 요리와 지역, 그리고 삶의 문화

처음 베트남을 여행했을 때, 나는 단순히 쌀국수 몇 가지 종류만 알았다. 하지만 도시를 옮길 때마다, 접하는 음식이 달라졌다. 하노이에서 맛보던 퍼는 깔끔하고 담백했는데, 후에에선 얼큰하고 진했으며, 호찌민에서는 달짝지근하면서도 향이 풍부했다.

 

베트남은 길게 뻗은 국토만큼이나 음식의 색깔도 지역마다 뚜렷하게 다르다. 그리고 그 차이에는 단순한 재료나 조리법을 넘어, 각 지역의 기후, 역사, 생활 방식이 깊이 스며 있다.

 

🥢 북부 – 하노이를 중심으로 한 ‘담백하고 절제된 맛’

북부 베트남, 특히 수도 하노이를 중심으로 한 음식은 전통과 절제의 미학이 담겨 있다.

하노이의 퍼(Ph)는 그 대표적인 예다. 장시간 우려낸 육수는 맑고 투명하며, 조미료나 향신료의 사용은 극히 절제된다. 화려하지 않지만 고유의 깊은 맛을 낸다. 북부 요리는 주로 신선한 식재료의 본연의 맛을 살리는 방식으로 조리되며, 간은 전체적으로 슴슴한 편이다.

이곳의 음식에는 옛 수도로서의 품격과 검소함, 공동체 중심의 식사 문화, 기후의 영향(겨울이 있음) 등이 반영되어 있다. 시장의 노포에서 퍼를 후루룩 먹으며, 허브 잎을 직접 골라 넣는 그 감각은 하노이 특유의 정취와 함께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 중부 – 후에를 중심으로 한 ‘매콤하고 풍미 있는 음식’

중부 베트남은 지리적으로 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있고, 왕조의 수도였던 **후에(Huế)**가 위치한 지역이다. 이곳의 요리는 화려하고, 손이 많이 간다. 후에의 음식은 궁중 요리 전통에서 비롯되어, 색감, 장식, 향신료, 구성 모든 면에서 정성을 다한 모습이다.

대표 음식인 **분보후에(Bún bò Huế)**는 강렬한 육수에 레몬그라스, 고추기름, 피쉬소스가 들어가 풍부하고 매콤한 맛을 자랑한다. 퍼보다 굵은 면, 더 강한 국물, 그리고 피시케이크와 돼지고기 슬라이스가 함께 들어간다.

중부 음식은 맵고 자극적이며, 시각적으로도 정교한 구성이 특징이다. 작은 요리를 여러 개 내어 함께 나눠 먹는 전통도 강하다. 후에의 어느 식당에서 받은 접시 7개짜리 ‘궁중 한상차림’은 마치 예술작품 같았다.

 

🍯 남부 – 호찌민을 중심으로 한 ‘달콤하고 풍성한 요리’

남부는 덥고 습한 열대기후 덕분에 농작물이 풍부하고, 사람들의 성향도 개방적이다. **호찌민(구 사이공)**을 중심으로 한 이 지역의 음식은 달콤한 맛, 풍부한 재료, 유연한 조리방식이 특징이다.

단맛이 도드라지는 이유는 열대 과일과 코코넛 밀크, 설탕을 자주 사용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음식인 **껌땀(Cơm tm)**은 숯불 돼지고기, 달콤한 피쉬소스, 계란프라이, 절임채소가 어우러져 밸런스가 뛰어난 한 끼 식사로 완성된다.

또한 남부 사람들은 음식에 있어 다양성과 창의성을 중시하며, 외국 음식 문화와도 빠르게 어울린다. 반미(Bánh mì)만 해도 바게트에 넣는 재료가 수십 가지다. 길거리 음식의 천국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대표사진 삭제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 베트남의 길거리 음식 문화 – 삶을 담는 밥상

베트남에서 진짜 맛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정답은 길거리다.

하노이의 좁은 골목, 호찌민의 시장 입구, 후에의 야시장… 거리엔 언제나 작고 낮은 플라스틱 의자와 테이블이 펼쳐져 있고, 사람들이 둘러앉아 면을 후루룩 먹는다.

길거리 음식은 그 지역의 기후와 재료, 사람들의 일상 리듬이 담긴 가장 진짜 베트남이다. 한 끼 2,000~3,000원으로 충분하고, 조리법은 단순하지만 맛은 깊다. 한국의 포장마차 문화와 비슷하면서도 더 생활 밀착형이다.

무엇보다 베트남 사람들은 음식을 혼자 먹지 않는다. 식사는 늘 ‘나눔’의 시간이자, 가족과 공동체의 중심이다.

 

🍴 식사 예절과 공유의 철학

베트남에서 식탁에 앉으면, **“Cùng ăn nhé(같이 먹어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혼자 먹는 문화보다는 함께 나누는 식사가 당연한 전통이다.

식탁에 오른 반쎄오나 고이꾸온은 한 명 몫이 아니라, 여럿이 둘러앉아 하나씩 싸 먹는 형태다. 퍼도 고추, 라임, 고수 등을 각자 취향대로 넣어 먹지만, 함께 나눠 먹는 국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또한 음식은 단순히 맛을 넘어 정성과 예의를 뜻한다. 집에 손님이 오면 제일 좋은 음식을 내놓고, 함께 밥을 먹으며 안부를 묻는 것이 베트남식 환대다.

 

🧠 음식에 담긴 삶의 철학

베트남 사람들에게 음식은 삶 그 자체다.

지리적으로 농업 중심 국가였고, 전쟁과 어려운 시기를 겪어온 역사 속에서 음식은 생존의 지혜이자 위로였다. 그래서 그들은 절약하면서도 풍성하게, 간단하지만 조화롭게, 정성스럽게 나누는 식문화를 만들어왔다.

퍼 한 그릇에도 국토의 지형, 지역의 역사, 가족의 사랑, 삶의 철학이 담겨 있다.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사람이 사는 방식이 담긴 한 그릇인 것이다.

 

베트남을 알기 위해서는 책보다 음식부터 접하라.

이 말은 진심이다. 베트남의 지역을 맛보고, 사람과 함께 먹고, 음식을 통해 그들의 문화를 느낄 때, 비로소 여행이 진짜가 된다.

길거리 작은 의자에 앉아 후루룩 국수를 먹는 그 순간,

우리는 베트남 사람들의 따뜻한 삶 속으로 한 발 더 가까이 들어간다.

대표사진 삭제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4. 마무리 – 여행보다 더 가까운 베트남, 음식으로 떠나는 미각 여행

 

베트남은 단순히 관광 명소만으로 기억되는 나라가 아닙니다. 이곳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순간은 바로 ‘음식’을 통해서입니다. 향신료와 허브, 생야채, 쌀국수와 느억맘으로 이루어진 그들의 음식은, 그들 삶의 방식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냅니다.

 

베트남 요리는 단순한 식사가 아닌, 문화이며, 역사이고, 일상입니다. 허름한 골목 끝 노점에서 마주한 따뜻한 퍼 한 그릇, 길거리에서 서서 먹던 반미, 시장 구석의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맛본 분짜—이 모든 순간이 여행의 중심이자 하이라이트였습니다.

 

그들의 음식에는 정성이 담겨 있고, 그 정성은 가격과 상관없이 진심으로 전해집니다. 한 끼가 2,000원이든, 20,000원이든 그 안에 담긴 온기와 배려는 같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베트남 음식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으면서도 새로운 감각을 전해주는 베트남 음식은, 처음 접하시는 분들께도 무척 반가운 존재입니다. 고수를 걱정하실 수도 있고, 느억맘의 향이 낯설게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단 한 끼만 진심으로 마주하신다면 분명 그 안에서 따뜻함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베트남은 더 이상 먼 나라가 아닙니다. 서울 거리 곳곳에도 베트남 음식점이 있고, 온라인에서도 그 재료들을 손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베트남의 맛과 정취는 현지에서, 그들의 땀과 웃음이 묻은 골목에서, 함께 나누는 식탁에서 진정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여행이란 결국 사람을 만나는 일이고, 사람을 만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함께 음식을 나누는 것입니다. 베트남 음식은 우리에게 그 기회를 가장 자연스럽고 정감 있게 열어주는 문입니다.

 

그러니 다음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무엇을 볼까’보다 먼저 ‘무엇을 먹을까’를 떠올려보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베트남 여행은 어쩌면 한 그릇의 퍼에서, 한 입의 반미에서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여행보다 더 가까운 베트남. 그곳으로 떠나는 가장 감미로운 방법은, 바로 음식입니다.

 
김일권 여행작가 /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
네이버 블로그 : 찐종여행기 / 티스토리 : 챕터투 Evergreen
유튜브 : 챕터투 Evergreen (김상무 중국이야기)

https://youtu.be/8hBL3tcK-5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