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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구이저우(贵州) [2] 구이양(贵阳) – 변화와 전통의 교차로

찐종 2025. 4. 8. 20:45

중국 구이저우 성

[2] 내가 여행한 구이저우성

1. 구이양(贵阳) – 변화와 전통의 교차로
2. 황과수 폭포(瀑布群) – 자연이 빚어낸 걸작
3. 서강천호묘채(西江千苗寨) – 소수민족의 삶 속으로
4. 여파소칠공 풍경구(波小七孔) –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아열대 정원
5. 진원고진(镇远) – 강 위의 역사를 걷다
6. 범정산(梵山) – 신성한 자연의 세계

 

중국 구이저우 성 구이양

1. 구이양(贵阳) – 변화와 전통의 교차로

성도 구이양은 생각보다 현대적인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고층 빌딩과 쇼핑몰, IT 기업이 모여 있는 새로운 도심과, 옛 거리 풍경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공원 문화였습니다.
아침이면 많은 노인들이 공원에서 태극권을 하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 도시의 여유를 보여주었죠.

구이저우성의 성도 구이양(贵阳)은 인구 약 600만 명의 대도시입니다. 옛 이름이 '구이저우(贵州)'였고, 오늘날 성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죠.

과거에는 소수민족의 도시였으나, 청나라 옹정제 때부터 한족이 대거 이주하며 현재는 다양한 민족이 함께 어우러진 도시가 되었습니다.

한국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도시이지만, 2016년부터 대한항공이 주 3회 직항 노선을 운영했던 바 있고, 지금은 코로나 이후 중단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국제공항과 지하철이 운영되고 있을 만큼, 낙후된 내륙이라는 이미지와는 다른 현대적인 도시의 면모도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구이양(贵阳)은 구이저우성의 정치·경제·문화 중심지로, 역사적으로는 명나라 초기에 성으로서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했습니다.

 

'구이()'는 귀하다, '양()'은 양지바른 곳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어, ‘귀한 땅의 양지’라는 뜻을 담고 있지요. 역사적으로는 전략적 위치 덕분에 군사 요충지로도 활용되었으며, 소금과 차, 말 등 내륙 교역의 거점 역할도 수행해왔습니다.

과거에는 ‘구이저우의 교통은 삼보 전진, 이보 후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교통과 접근성이 낙후된 지역이었지만, 최근 수십 년 사이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특히 2010년대 들어 중국 정부가 서부대개발 정책을 적극 추진하며 고속철도, 고속도로, 공항 등 인프라가 집중적으로 확충되었고, 구이양은 서남부 내륙의 핵심 도시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중국 구이저우 성 관광지

 

현재 구이양은 ‘중국 빅데이터 산업의 수도’로 불릴 만큼 IT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하고 있으며, 알리바바, 화웨이 등 주요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년 열리는 '중국 국제 빅데이터 산업박람회'는 구이양의 도시 브랜드를 더욱 강화해 주고 있습니다.

더불어 쾌적한 자연 환경과 도시 조경은 '중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히게 했습니다.

 

구이양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시민들의 공원 문화였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항상 많은 노인들과 시민들이 공원에서 태극권을 하거나 악기를 연주하고, 저녁에는 광장에서 군무를 추는 풍경이 일상처럼 펼쳐졌습니다.

자연과 여유, 공동체가 공존하는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공원에서 팽이를 돌리는 아주머니를 만났는데 음악에 맞춰 팽이를 치는 기술이 예술입니다. 꽤 운동이 될 듯 합니다.

구이저우 구이양 공원의 팽이돌리기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구이양의 랜드마크 갑수루(甲秀)였습니다. 구이양의 대표 관광지 중 하나는 단연 갑수루죠.

명나라 시기인 1579년에 지어진 3층 목조 누각으로,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나오길 바란다’는 의미에서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갑(甲)’은 최고, ‘수(秀)’는 우수함을 뜻하며, ‘루()’는 누각이죠.

 

 

중국 구이저우 성 구이양 갑수루

이 누각은 구이양 시내 중심부인 남명강(南明河) 위에 우뚝 서 있어, 도시의 번화함과 고요함이 만나는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조용히 흐르는 강 위로 고풍스러운 석조 교량이 이어지고, 그 위에 올려진 누각과 주변 전통 건물들, 그리고 밤이 되면 조명에 반사되어 일렁이는 물빛까지, 이곳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구이양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명소라 할 수 있습니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누구나 언제든 부담 없이 드나들 수 있습니다. 누각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지만, 다리 위를 걸으며 누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주변 공원 벤치에 앉아 시민들과 함께 여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조그만 하천에는 시민들이 낚시를 하고 있는데 고기 잡는 손 맛을 느끼기 위해 부지런히 낚시를 던지고 거둡니다.

 

흥미로운 점은 갑수루 정문 앞에서 판매하는 ‘마오타이 아이스크림’입니다.

중국 최고급 술인 마오타이를 넣어 만든 이 아이스크림은 진한 술맛이 느껴져 처음 먹을 때는 놀라움을 주고, 한 입 두 입 먹다 보면 달콤한 풍미와 깊은 향에 매료됩니다.

가격은 일반 아이스크림보다 꽤 비싸지만, 생산지 여기에서 먹는다는 점과 마오타이의 품격을 생각하면 꼭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한 별미입니다.

 

 

중국 구이저우 성 구이양 마오타이 아이스크림

갑수루는 낮과 밤이 전혀 다른 매력을 선사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낮에는 전통 건축과 주변 자연의 조화로운 미를 감상할 수 있고, 밤에는 조명과 물빛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아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며, 도심 속 고요한 풍경 속에서 잠시 마음을 쉬어가는 시간을 갖습니다.

 

다음으로 찾은 검령산공원(黔山公)은 도심 속 힐링 공간이자, 구이양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쉼터였습니다. 울창한 숲과 사찰, 호수, 동굴이 어우러져 있는 이 공원은 무려 6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합니다. 특히 원숭이들이 산책길 곳곳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모습은 재미있는 볼거리였지만, 소지품을 노리는 녀석들도 있어 주의가 필요했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산책길로 내려오는 루트는 자연을 가까이서 만끽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구이양 근교 30km 떨어진 곳에는 청암고진(岩古)이라는 매력적인 전통 마을이 있습니다. 명나라 초인 1378년에 조성되어 약 6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곳은 군사적 요충지이자 상업 중심지로 활용되던 곳입니다. 청암이라는 이름은 마을을 이루는 건축재인 푸른 돌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이 마을에서는 한족과 10여 개의 소수민족이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명청 시대의 건축양식뿐만 아니라 불교, 천주교, 기독교, 도교 등 다양한 종교 건축물이 공존하는 독특한 문화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시장 골목에서는 족발, 두부, 장미꽃 사탕 등 특색 있는 음식들이 풍성하게 펼쳐져 있었고, 전통 의상을 대여해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도보로 1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규모였지만, 그 안에 담긴 문화적 깊이는 하루로 다 담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중국 구이저우 성 관광명소

구이양은 단순한 거점 도시가 아니라, 이 지역의 역사, 민속, 사람 사는 정서를 압축해놓은 듯한 곳이었습니다. 도시가 주는 편리함과, 오래된 기억처럼 스며드는 따뜻한 정취가 함께하는 곳. 구이양은 그렇게 내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았습니다.

 

구이양에서는 시내버스를 탈 기회도 있었습니다. 낯선 도시에서의 버스 탑승은 늘 약간의 긴장감을 안기지만, 동시에 가장 평범한 일상 속으로 들어가는 즐거운 순간이기도 합니다. 중국어로 된 노선도와 익숙하지 않은 정류장 이름들, 복잡한 거리에서 작은 용기를 내어 오른 버스 안에서 나는 또 다른 구이양을 만났습니다.

 

창밖으로는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손을 잡고 거리를 걷는 아이와 노부부, 전통과 현대가 뒤섞인 가게 간판들, 이따금 불쑥 나타나는 붉은 홍등과 오래된 석조 건물, 그리고 고층 빌딩 너머로 스며드는 산자락의 푸르름까지… 이 모든 풍경들이 차창이라는 액자 속에서 하나의 그림처럼 흘러갔습니다.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오던 오후, 한참을 바라보다가 문득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관광지가 아닌, 구이양 사람들의 ‘지금’ 속으로 들어와 있다는 실감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버스 안에서는 말을 나누지 않아도, 숨결과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일상을 느낄 수 있었고, 그 속에서 나는 이 도시의 삶의 온도를 오롯이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의 버스 창문 너머로 본 구이양은 여행지 이상의 모습이었습니다. 그것은 ‘살아 있는 도시’였고, 사람들의 하루가 묻어 있는 진짜 구이양이었습니다. 여러분 한번 가 보세요.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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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w1iBfSEFtmA

 

✍️ 저자 소개

김일권

한국에서 기업인으로 30년을 살아온 평범한 직장인.

중국에서 17년을 근무하며 중국 각지의 숨은 매력을 여행자로서, 때론 현지인처럼 살아보며 경험했다.

특히 구이저우에서의 여행은 인생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삶의 깊이를 다시 돌아보게 해준 특별한 여정이었다.

이 글은 그의 다섯 번째 중국 여행 에세이이자, 진심으로 전하는 ‘느림의 미학’이다.

김일권 여행작가 /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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