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구이저우(贵州) [6] 진원고진(镇远古镇) – 강 위의 역사를 걷다
내가 사랑한 구이저우(贵州)
[목차]
[1] 들어가며: 조용한 감동의 땅, 구이저우로의 여행
[2] 구이저우 지역은 어떤 곳인가?
[3] 내가 여행한 구이저우성
(1) 구이양(贵阳): 변화와 전통의 교차로
(2) 황과수 폭포(黄果树瀑布群): 자연이 빚어낸 걸작
(3) 서강천호묘채(西江千户苗寨): 소수민족의 삶 속으로
(4) 여파소칠공 풍경구(荔波小七孔): 아열대의 숨결
(5) 진원고진(镇远古镇): 강 위의 역사를 걷다
(6) 범정산(梵净山): 신성한 자연의 세계
[4] 구이저우의 요리
[5] 구이저우를 여행하는 이들에게 여행 팁
[6] 맺으며: 구이저우가 내게 남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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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저우(贵州) 진원고진(镇远古镇) 야경

5. 진원고진(镇远古镇) – 강 위의 역사를 걷다
강과 산에 둘러싸인 고진, 진원은 고즈넉한 분위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습니다. 낮에는 유유히 흐르는 강변을 따라 산책하고, 밤에는 붉은 등불 아래에서 술 한잔을 기울이며 과거를 상상했죠. 청나라 시대의 건축물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이곳은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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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원고진은 구이저우성 동부, 검동남묘족동족자치주 내 진원현에 위치한 고풍스러운 마을입니다. 구이양에서 승용차로 약 4시간 거리, 직선거리로는 약 183km 떨어져 있습니다. 마을 중심에는 무양하(无阳河)라는 하천이 흐르고 있으며, 사방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자연적인 요새를 이루고 있습니다. ‘무양’은 이름 그대로 ‘태양이 없다’는 뜻으로, 흐리고 비 오는 날이 많은 지역의 기후 특성을 반영합니다.
진원고진에 도착하면 관광버스는 마을 입구에서 멈추고, 시내버스로 갈아타야 합니다. 관광버스가 시내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이유는 좁은 골목길과 마을 전체의 역사적 경관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입장권은 실명제로 발급되며, 신분증을 제시해 등록한 뒤 신분증 자체가 티켓이 됩니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여권 제시가 필수여서 조금 불편함이 따르지만, 이 또한 중국의 철저한 실명제 시스템을 체험하는 경험이었습니다.

중국 관광버스
진원이라는 이름은 원래 무양진이라 불리다가 송나라 때인 1258년 진원진으로 바뀌었고, 명나라 주원장 때 지금의 진원이라는 이름으로 확정되었습니다. 마을은 무려 기원전 277년, 진나라 시기에 현(縣)이 설치되며 역사에 등장하였고, 지금까지도 2,300년에 가까운 시간을 견뎌온 고성입니다.
특히 명나라 초기, 주원장이 황제가 되면서 진원은 전략적으로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그는 이 지역에 병사를 주둔시키고 교역을 장려하며 성벽과 성문, 건축물 등을 정비하고 확장시켰습니다. 이 시기에 형성된 축성교(祝圣桥)와 성벽은 오늘날까지도 잘 보존되어 있어 당시의 영화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유산으로 남아 있습니다.
무양하의 물빛은 신비로울 정도로 진한 녹색을 띠며, 강은 S자 형태로 마을을 남북으로 가로지릅니다. 북쪽은 예로부터 군대가 주둔하던 곳, 남쪽은 백성들이 살던 지역으로 구분되며, 전체적인 지형이 태극 문양을 닮아 ‘태극성 팔괘고진’이라고도 불립니다.
마을 곳곳에는 명·청 시대의 고건축물이 50여 곳 남아 있고, 고가옥 33채, 옛 부두 12곳이 있어 당시의 번영을 짐작케 합니다. 특히, 진원고성이라 불리는 지역은 이 마을의 중심지로, 마을 사람들은 ‘고진’보다는 ‘고성’이라는 명칭을 더 선호한다고 합니다. 성이 마을보다 더 독립적이고 견고한 느낌을 준다는 이유에서죠.


구이저우(贵州) 진원고진(镇远古镇) 야경

무양하 위에는 두 개의 주요 다리가 놓여 있는데, 이 중 동쪽의 ‘축성교(祝圣桥)’는 진원의 상징적인 건축물입니다. 이 다리는 7개의 수로가 있어 배가 다닐 수 있었고, 하부는 명나라 때, 상부는 청나라 건륭제의 60세 생일을 기념해 건립되었습니다.
다리 위에 세워진 3층 누각은 ‘회신각(会神阁)’이라 불리며, 출세와 재물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구이양의 갑수루를 연상케 하는 이 누각은 밤이 되면 환하게 불이 켜져, 무양하에 반사된 조명이 한 폭의 야경을 완성시킵니다.
강 양쪽에는 예전 무역을 위한 부두들이 발전했으며, 전성기에는 72곳 이상의 부두가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현재는 문화대혁명 등을 거치며 약 10여 곳만 남아 있습니다. 당시 세금 징수 관리를 기념한 청동상도 부두 근처에서 볼 수 있어 당시의 상업 활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마을 동쪽에는 ‘옥병산(玉屏山)’이 위치해 있으며, 산 중턱부터 정상까지 명·청 시대의 누각, 성문, 절 등이 40여 곳 이어집니다.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고대 명나라 군사 요새로 쓰였던 성벽 일부도 볼 수 있고, 트레킹 코스로 적당한 즐거움을 줍니다. 정상에는 ‘옥황각(玉皇阁)’이 자리잡고 있어 마을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 포인트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산 자락에 도교, 불교, 유교를 상징하는 세 개의 사찰이 나란히 붙어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들 종교를 통합한 형태의 사찰도 있어, 중국식 실용주의와 종교적 관용을 엿볼 수 있는 이색적인 장면입니다.


구이저우(贵州) 진원고진(镇远古镇) 야경
마을 골목은 구불구불하지만 잘 연결되어 있어 걷는 재미가 있고, 길을 걷다 보면 오래된 우물과 집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고즈넉한 정취를 더합니다. 양옆으로는 구이저우 특산요리를 파는 음식점과 전통 기념품 가게가 늘어서 있어 식도락과 쇼핑의 즐거움도 함께 누릴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진원의 하이라이트는 밤의 야경입니다. 저녁이 되면 마을 전체가 등불로 물들며, 3층 목조 건물마다 내건 붉은 홍등이 무양하에 반사되어 황홀한 장면을 연출합니다. 이는 과거 이 지역에 정착했던 안후이(安徽) 상인들의 전통에서 비롯된 것으로, 장사가 번창하길 기원하는 의미에서 홍등을 켜는 풍습이 남아 있습니다. 비슷한 전통을 지닌 섬서 상인의 고장 서안에서도 이러한 야경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해가 지고 나면 무양하를 따라 늘어선 전통 목조건물들에는 일제히 등불이 켜지고, 조명이 점차 어두운 강 위로 퍼지며 마을 전체가 황금빛으로 물듭니다. 축성교 위의 회신각은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더욱 고풍스러워 보이며, 그 아래 흐르는 강물은 등불을 거꾸로 비추며 유유히 흘러갑니다.
밤에는 무양하를 따라 운항하는 유람선을 타고 야경을 감상하는 것이 필수 코스입니다. 오후 7시부터 9시 반까지 약 40분 간격으로 운행하며, 가격은 약 15,000원 정도입니다. 마을 곳곳에는 옛 상점들이 복원되어 있어 밤에도 다양한 특산물과 간단한 야식을 즐길 수 있고,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과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로 활기가 느껴집니다. 안후이 상인들의 전통인 홍등 문화가 이곳에서도 이어져, 마을 전체가 붉은 등불로 물드는 모습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등롱축제를 보는 듯합니다.
진원고진의 야경은 단순한 조명 연출을 넘어, 오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삶이 어우러진 따뜻한 빛의 풍경입니다. 그래서 이곳을 방문한 여행자들에게는 밤마저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됩니다.
진원고진의 가장 큰 여행 매력은 밤의 야경입니다.
진원고진은 단순한 고진이 아니라, 삶과 시간, 역사와 문화가 조용히 흐르는 공간입니다. 이곳에서의 하루는 내 여행 중 가장 느림의 미학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으며, 그 감동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구이저우(贵州) 진원고진(镇远古镇) 야경
고진 내에는 전통적인 객잔부터 현대적인 호텔까지 다양한 숙박 옵션이 있는데 전통적인 분위기를 선호하는 분들을 위해 고풍스러운 객잔이 있으며, 현대적인 편의시설을 갖춘 호텔도 다수 운영되고 있습니다.
고진 내에는 역사적인 건축물을 개조하여 운영하는 전통 객잔(客栈): 이 많습니다. 이러한 숙소는 고대 중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전통적인 인테리어와 가구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편의시설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다허관 인(大河馆客栈)'은 무양하(无阳河) 강변에 위치하여 아름다운 강 전망을 감상할 수 있으며, 전통적인 중정(中庭)과 목조 구조가 특징입니다.
그리고, 무양하를 따라 자리한 강변 전망 숙소들은 강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는 강변에 위치한 작은 호텔에서 하루 밤을 보냈습니다. 제가 중국여행을 하면서 느껴본 가장 허름한 호텔이네요. 조그만 마을의 숙소 한번 경험했습니다. ^^
로컬식당을 찾아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여기는 구이저우성의 역사 깊은 고대 도시로, 지역 특산물을 맛볼 수 있는 다양한 식당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구이저우의 대표적인 요리인 '구이저우 매운 닭고기(贵州辣子鸡)', '카이리 산탕위(凯里酸汤鱼)' 등 독특한 향토 음식을 즐길 수 있는데 '고성 홍산탕(古城红酸汤)'은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에게 이름난 유명 식당이라 합니다. 또한, '락향하안주가(落香河岸酒家)'는 무양하 강변에 위치하여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다음날 아침에는 범정산으로 갑니다. 일찍 출발하려니 새벽부터 바쁘네요. 우리 일행 중에는 70대 중국인 노부부가 있었는데 서두르다 보니 틀니를 호텔에 두고 나왔다 합니다. 떠 난지 거리가 멀어 돌아갈 수는 없어 택배로 부친다고 합니다. 아유.. 틀니를 두고 오셨네. 이거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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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소개
김일권
한국에서 기업인으로 30년을 살아온 평범한 직장인.
중국에서 17년을 근무하며 중국 각지의 숨은 매력을 여행자로서, 때론 현지인처럼 살아보며 경험했다.
특히 구이저우에서의 여행은 인생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삶의 깊이를 다시 돌아보게 해준 특별한 여정이었다.
이 책은 그의 다섯 번째 중국 여행 에세이이자, 진심으로 전하는 ‘느림의 미학’이다.
김일권 여행작가 /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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