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구이저우(贵州) [7] 범정산(梵净山) – 신성한 자연의 세계

내가 사랑한 구이저우(贵州)
[목차]
[1] 들어가며: 조용한 감동의 땅, 구이저우로의 여행
[2] 구이저우 지역은 어떤 곳인가?
[3] 내가 여행한 구이저우성
(1) 구이양(贵阳): 변화와 전통의 교차로
(2) 황과수 폭포(黄果树瀑布群): 자연이 빚어낸 걸작
(3) 서강천호묘채(西江千户苗寨): 소수민족의 삶 속으로
(4) 여파소칠공 풍경구(荔波小七孔): 아열대의 숨결
(5) 진원고진(镇远古镇): 강 위의 역사를 걷다
(6) 범정산(梵净山): 신성한 자연의 세계
[4] 구이저우의 요리
[5] 구이저우를 여행하는 이들에게 여행 팁
[6] 맺으며: 구이저우가 내게 남긴 것들
|


6. 범정산(梵净山) – 신성한 자연의 세계
불교의 성지로 알려진 범정산은 마치 천상의 세계였습니다. 구름 위를 걷는 듯한 ‘홍운도’(红云渡)를 건너 정상에 올랐을 때, 세속과는 전혀 다른 고요함이 밀려왔습니다. 자연이 주는 숭고함, 그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작고 겸허한 존재인가를 다시금 느꼈죠.
|

범정산은 ‘하늘의 도시’라 불릴 만큼 신비로운 모습의 산입니다. 구이저우성 동북부 통인시(铜仁市)에 위치하며, 해발 2,572m의 봉황산을 주봉으로 하는 무릉산맥의 일부입니다. 범정산의 대표 봉우리는 해발 2,494m의 홍운금정(红云金顶)으로, 미륵보살의 성지로도 알려져 있으며, 2018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중국 5A급 풍경구입니다.
범정산이라는 이름은 불교의 '범천정토(梵天净土)'에서 유래했으며, 이곳은 극락세상, 곧 천상의 세계로 여겨집니다. 본래 사람이 거의 찾지 않던 오지였으나, 불교 신자들에 의해 알려지기 시작해 이제는 수많은 이들이 순례하듯 찾는 신성한 자연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중턱까지 오른 후,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됩니다.
코스는 우선 마고석으로 올라간후 조금 내려와서 승은사를 둘러보고 마지막 하이라이트 홍운금정을 등반합니다. 홍운금정 등반은 쉽지 않은데 등반은 계단과 급경사의 좁은 길을 따라 이어지며, 어떤 구간에서는 손을 써서 기어오르기도 해야 합니다. 관리인의 통제 아래 소규모 인원으로 나누어 입산하는 구간에서는 등산 장갑이 꼭 필요합니다. 경사는 60도 이상 되는 구간도 있어 뒤따라오는 사람의 숨소리와 발걸음, 자신의 고통이 혼재된 일종의 수행처럼 느껴졌습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걸어올라갈 때 절반정도는 가마를 태워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노인분들이 주로 이용을 하는데 한국돈 10만원 정도 합니다. 비싼편이죠. 지역주민들의 소득창출에 큰 기여를 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마고석은 시간과 바람이 빚은 버섯 형상의 바위라고 합니다.


범정산(梵净山)을 대표하는 독특한 자연 명소 중 하나로, 마치 거대한 표고버섯이 땅 위에 솟아 있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해발 2,318m 지점에 위치한 이 바위는 오랜 세월 바람과 비에 의해 침식된 결과로 형성된 것으로, 위쪽이 넓고 아래쪽이 좁아 안정감보다는 위태로운 균형미를 자랑합니다.
이 바위는 범정산의 상징적인 랜드마크로 여겨지며, 많은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러 사진을 남기는 장소입니다. 특히 맑은 날에는 마고석 뒤로 펼쳐지는 운무와 능선의 조화가 절경을 이루며,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蘑菇'는 중국어로 '버섯'을 의미하는데, 실제로 이 바위는 층층이 겹쳐진 암석 구조와 둥글게 솟은 형태로 인해 표고버섯이나 흰목이버섯을 떠올리게 합니다. 마치 대자연이 무심히 쌓아 올린 조형물 같지만, 그 형상은 수천만 년의 지질 작용이 만들어낸 예술입니다.
‘찐빵돌’이라는 별칭도 있으며, 하늘에서 날아온 듯한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마고석에 오르는 길은 비교적 완만한 계단식 산책로로 이루어져 있어 일반 관광객도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보통 도보로 약 40분 정도 소요되며, 범정산 정상인 홍운금정(红云金顶)으로 가는 여정의 중간 기점이기도 합니다.

이곳은 해발이 높은 만큼 기후 변화가 빠르며, 아침에는 구름 바다, 오후에는 햇빛 속의 버섯 바위, 저녁이면 붉은 노을 아래의 실루엣까지 하루에도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 매력적인 장소입니다. 또한 이곳은 수많은 불교 순례자들이 찾는 성지로서, 정신적 의미까지 더해진 특별한 장소로 기억됩니다.
제가 올랐을 때는 날씨가 안 좋아 안개가 흠뻑 끼었습니다. 마고석은 바로 곁에 있어 겨우 볼 수는 있었지만 거기에서 내려다보는 전체적인 풍경은 하나도 보지 못했네요. 저번에 황산에 갔을 때도 그랬는데 날씨가 너무 무심합니다.
어떨수 없이 내려오면서 승은사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걸어서 10분 거리의 지척에 홍운금정 올라가는 바로 밑에 있습니다.
승은사(承恩寺)는 범정산의 주요 불교 사찰로, 해발 약 2,300m 지점에 위치한 이 사찰은 범정산의 자연 속에서 정신적 중심을 이루는 곳입니다. 당나라 시기 처음으로 건립된 이후, 송나라를 거쳐 명나라 초기에 지금의 터를 갖추었으며, 이후 수차례의 보수와 재건을 거쳐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의 승은사는 2011년 원래의 부지에 재건된 것으로, 고전적인 건축 양식과 현대적 정비가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사찰 내부에는 석가모니불과 미륵불이 봉안되어 있으며, 이는 현재와 미래의 지혜를 상징하는 의미를 지닙니다. 이 두 불상은 각각의 전당에 모셔져 있고, 순례자들은 통상 석가전에 먼저 참배한 후 미륵전으로 이동하는 의례를 따릅니다.
건축적으로 승은사는 목조 구조와 넓은 기단, 위엄 있는 지붕 장식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대웅보전 외에도 명나라 양식의 범종각, 종루, 고전 정원 등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주변 풍경과 어우러진 승은사의 조용한 분위기는 불심을 가진 이들뿐만 아니라 일반 관광객들에게도 평화롭고 고요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매년 수천 명의 불교 신자들이 범정산을 순례하며 이 사찰을 찾아 참배를 드리고 있으며, 이곳은 범정산의 자연과 불교문화가 어우러지는 중요한 장소로, 범정산이 단순한 산이 아닌 하나의 종교적 성지로 여겨지는 이유를 잘 보여줍니다.
해발 2,300미터에 있는 큰 사찰..멋지네요.
승은사를 나서면 큰 공터가 있고 거기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홍운금정의 두 암봉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제 홍운금정으로 올라갑니다. 가는길은 구름을 가르고 하늘에 닿는 길이라 표현하면 적절하겠네요. 범정산의 정점인 홍운금정(紅雲金頂)에 오르기 위해서는 상당히 가파르고 좁은 산길을 올라야 합니다.


정상 부근의 등산로는 경사가 60도에 달할 정도로 급격하며, 길이 매우 협소해 사람 하나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너비로 이어집니다. 그 때문에 안전을 위해 입산 인원은 시간대별로 통제되며, 안내인의 지시에 따라 7~8명 단위로 줄지어 이동하게 됩니다.
손잡이용 로프와 철제 난간이 설치되어 있지만, 많은 구간은 손과 발을 모두 사용해야 할 정도로 험준합니다. 특히 정상으로 향하는 마지막 20분 구간은 말 그대로 '기어 올라간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체력과 집중력을 요하는 코스입니다. 장갑은 필수 준비물이며, 트레킹화 역시 추천됩니다.
등반 중간중간 뒤돌아보면 낭떠러지와 절벽이 어우러진 풍광이 펼쳐지며, 올라올 때의 긴장감과는 달리 하산 시에는 여유롭게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습니다. 이러한 가파른 여정 끝에 도달한 정상에서는 구름 아래 펼쳐진 세상을 내려다보며, '인생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섰다'는 성취감을 느끼게 됩니다.



홍운금정 정상은 범정산의 상징과도 같은 특별한 장소입니다. 해발 2,494m의 절정에 이르러 마주하는 풍경은, 단순한 산 정상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신성한 제단처럼 느껴집니다. 이곳에는 마치 하늘로 솟구친 바위 두 개가 직각으로 갈라져 솟아 있는데, 마치 거대한 산이 칼로 쪼개진 듯한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이 두 개의 바위 정상은 직경 약 30m의 좁은 공간을 이루며, 그 사이를 잇는 좁은 석조 다리가 위태롭게 걸쳐져 있어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냅니다. 이 다리는 길이 약 5m 정도이며, 구름 사이를 가르는 '하늘의 다리'라 불릴 만큼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두 개의 바위 봉우리에는 각각 석가모니불을 모신 석가전과 미륵불을 모신 미륵전이라는 작은 암자가 세워져 있습니다.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자리 잡은 이 암자들은 경건함과 동시에 인간의 신앙이 자연을 넘어선다는 인상을 줍니다.
암자 내부는 작지만 향 냄새와 기도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며, 이곳에 이르러 참배를 드리는 것은 순례자들에게 매우 의미 있는 순간입니다. 특히 많은 이들이 먼저 석가전에 참배하고, 이어 미륵전을 방문하는 순서를 따릅니다. 구름과 안개가 자주 낀 이곳은 날씨에 따라 보이는 풍경이 달라지며, 운이 좋으면 한 폭의 신비로운 그림 같은 장면을 만나게 됩니다.
예술 같은 큰 바위위의 암자 이 또한 예술입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그야말로 압도적입니다. 안개와 구름, 하늘빛과 암석이 어우러진 풍경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했고, 오르는 동안의 고통은 순식간에 경외감으로 치환됩니다. 구름이 걷히면 멀리 마고석(蘑菇石), 만권서(万卷书), 승은사(承恩寺) 등이 이어지는 절경이 펼쳐집니다.
.그러나, 제가 올랐을 때는 안개가 흠뻑 끼어 아래가 잘 보이지 않더군요. 여기는 날짜별로 시간대별로 날씨가 다 다릅니다. 그래서 순전히 운에 맡겨야 할 때가 많습니다. 아쉽네요. ㅜ
만권서(万卷书)는 돌에 새긴 지혜의 장서라 합니다. 범정산의 또 다른 자연 명소로, 거대한 암석 절벽이 수많은 책을 층층이 쌓아올린 듯한 독특한 형상을 하고 있어 '만 권의 책'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편암(片岩)으로 이루어진 바위 지형으로, 층리(層理)가 명확한 광물이 눕혀진 채로 쌓여 마치 고서적의 페이지처럼 보여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신비로운 바위층은 수백만 년에 걸친 지질 활동과 풍화 작용의 결과로 형성되었으며, 불교에서 지혜와 경전을 상징하는 장소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곳을 바라보면 바위 하나하나가 불경을 담은 책장처럼 보이고, 그 장엄한 기세는 인간의 손길로는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실감하게 합니다.
만권서에 얽힌 전설도 흥미롭습니다. 옛날 한 고승이 범정산에 미륵불상을 모시기 위해 천 개의 경전을 품고 산을 올랐는데, 경전을 잃지 않기 위해 마음속에 암송하며 걷다 보니 바위가 그의 기도 소리에 감응해 지금의 형태로 변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어떤 이들은 이 바위들이 신선이나 부처가 하늘로 올라가기 전 남긴 발자취라고도 믿습니다.
범정산의 만권서는 그 모습만으로도 보는 이를 압도하지만, 그 속에 담긴 상징성과 전설, 지질학적 가치로 인해 더욱 깊은 감동을 전합니다.


범정산은 단지 산이 아닌, 살아 있는 자연 생태계의 보고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지역은 오랜 기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 삼림지대로, 희귀 동식물이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습니다. 범정산은 2018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며 그 생태학적 가치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대표적인 식물로는 중국 1급 보호식물인 '공동(珙桐)'이 있는데, 이는 바람에 흩날리는 흰 비둘기처럼 보여 '비둘기나무'라 불리기도 합니다. 또, 구이저우 백일홍으로 알려진 거대한 수목은 세계에서 단 두 그루만 존재하며, 그 중 하나가 이 범정산에 있습니다.
동물로는 멸종위기종인 황금들창코원숭이의 서식지로 유명합니다. 금색 털을 가진 이 원숭이는 중국 내에서도 극히 보기 드문 희귀종이며, 범정산의 청정한 환경 덕분에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범정산은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살아 있는 교과서와 같은 장소이며, 자연과 인간의 공존 가능성을 다시금 되새기게 해주는 신성한 산입니다.
이렇게 자연생태계의 보존이 훌륭한 것은 법정산이 워낙 오지에 있다 보니 접근성이 떨어져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던 거죠.. 유네스코 유산으로 지정된 후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고 급격한 훼손이 우려된다고 합니다. 역시 자연은 사람들이 다 망치는 거죠.
법정산 정말 멋집니다. 이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 절벽과 구름, 절과 신화, 동물과 식물. 범정산은 그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며 오직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신성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자연 앞에서 사람은 작아지고, 그 작음이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치유받게 하는 원천이 됩니다.
범정산은 단순한 산이 아닙니다. 인간의 육체를 시험하고, 정신을 정화하며, 마음에 위안을 주는 ‘성스러운 자연의 제단’이자, 내면의 여행을 이끄는 명상과도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구이저우여행 #중국소수민족 #범정산 #서강천호묘채 #진원고진 #여파소칠공
#중국요리여행 #구이저우요리 #쑤안탕 #중국쌀국수 #맛있는중국
#중국자연여행 #감성여행기 #숨은명소 #고원여행 #여행의기억
✍️ 저자 소개
김일권
한국에서 기업인으로 30년을 살아온 평범한 직장인.
중국에서 17년을 근무하며 중국 각지의 숨은 매력을 여행자로서, 때론 현지인처럼 살아보며 경험했다.
특히 구이저우에서의 여행은 인생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삶의 깊이를 다시 돌아보게 해준 특별한 여정이었다.
이 책은 그의 다섯 번째 중국 여행 에세이이자, 진심으로 전하는 ‘느림의 미학’이다.
김일권 여행작가 /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
네이버 블로그 : 찐종여행기 / 티스토리 : 챕터투 Evergreen
유튜브 : 챕터투 Evergreen (김상무 중국이야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