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해하는 중국인 – 한국과 다른 10가지 문화 코드》 [5] 직설보다 우회 – 돌려 말하는 기술
5. 직설보다 우회 – 돌려 말하는 기술
- ‘YES’가 반드시 긍정은 아니다. - 중국에는 “부뚜이(不對, 너 틀렸어)” 가 없다. - 속뜻을 파악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
‘YES’가 반드시 긍정은 아니다. (갈등회피형 화법)
❝그 사람, ‘예스’라고 했는데 왜 안 했죠?❞
한국식 사고로 중국인과 일하다 보면 가장 많이 겪는 오해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중국에서는 “커이, 커이더(可以, 可以的)” 라는 말이 있는데 한국말로 직역하면 "좋습니다"라고 번역이 되나 반드시 그 일을 한다는 뜻은 아니다.
"분명히 '좋습니다'라고 했는데, 왜 행동은 반대일까?"
처음에는 "약속을 안 지킨다"거나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 '예스'는 진짜 예스가 아니었던 경우가 많다.
이러한, 예스는 현장에서의 체면을 유지하고 일단 상대 기분을 맞추기 위한 반응이다. 그리고, 자신이 결정권자가 아닐 경우 윗사람에게 넘기기 위한 시간 벌기이기 목적도 있고 확답을 피하면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습관적 문화적 반응이다. 즉, 말보다 행동이나 후속 조치가 진짜 의미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행동을 잘 체크해야 한다.
중국에는 “부뚜이” 不對가 없다.
뚜이 對는 한국말로 “맞다. 그렇다”라는 긍정을 표현하는 말이고 부뚜이 不對는 “틀리다. 그렇지 않다.”라는 말이다. 영어로 하면 YES, NO의 개념이다. 그러나 중국에는 부뚜이란 말은 일반적인 대화에서는 잘 쓰지 않는다.
우리회사에서 한 중국인 영업담당 본부장이 영업전략을 설명하는 데 너무 양적 위주의 전략을 설명한다.
그래서 내가 그런 전략은 틀렸다면서 ‘부뚜이’란 말을 쓰니 옆에 있는 다른 중국인 임원이 회의가 끝나고 나에게 살며시 중국에서는 누군가의 의견이나 말에 대해 직접적으로 “그건 틀렸습니다(不对)”라고 말하는 것은 상대의 체면을 훼손하는 매우 무례한 행위로 여겨지기 때문에 부뚜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라고 귀뜸해준다.
대신, 우선 “좋은 의견이다”라고 하고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보자”, “좀 더 검토해보는 게 좋겠다”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게 좋겠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의미와 결과는 같은데 표현방법이 다른 전형적인 사례로 중국인들은 누군가와 논쟁을 벌이기보다는, 서로의 입장을 인정하며 분위기를 유지하려는 태도가 강해 직접적인 거절, 공개적 비판, 감정 드러내기를 실례로 여기며, 에둘러 말하거나, 침묵하거나, 웃으며 넘기는 방식으로 갈등을 피해간다. 그래서, 중국인의 화법은 매우 우회적이다.
또한, 你说错了 (너 틀렸어)라 말이 있는데 ‘부뚜이(不对)’처럼 직접적인 부정이나 비판을 피하기 위해 “그 방법외에 다른 시각도 있을 수 있다”라고 표현하면서 정면 대결을 피한다. 논쟁 중에도 “네가 틀렸다”라고 잘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부야오 不要 (하지 마세요, 싫습니다), . 부싱(不行, 안 돼)” , 부즈다오 不知道 (모릅니다) , 부시환 不喜欢 (난 그거 싫어) 등의 부정의 의미를 전달하는 표현들도 이 거절이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거나 체면을 살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직접 사용하지 않고 “이건 다시 고려해볼께요” 등으로 얘기한다. 사실상 거절의 의미지만, 부드럽게 표현하는 거다.
차부뚜오 差不多(chàbuduō)는 된다는 뜻인가 안된다는 뜻인가?
중국사람들이 매우 많이 사용하고 항국사람들이 재미있어하는 말이 여러 개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차부뚜오 差不多"이다.
이 의미는 직역하면 "차이가 별로 없다", "거의 같다"라는 뜻으로 한국어로는 상황에 따라 "비슷하다", "거의 다 됐다", "그럭저럭이다", "대충" 등으로 번역이 가능한데 일상에서 긍정적인 뜻, 실용적인 뜻으로 자주 사용된다.
식사를 마칠때쯤 중국인 동료에게 ‘배부르니? 식사 다했니?’라고 물으면 차부뚜오라는 대답이 온다. 그냥 ‘배부르다’라고 하면 될건데 왜 ‘대략 그래’라고 대답을 할까?
이는 정밀함보다는 유연함과 융통성을 중시하는 중국인의 사고방식을 반영한다. 숫자가 정확하지 않아도, 일정이 약간 틀어져도, 표현이 모호해도 “차부뚜오면 됐다”는 태도는 갈등을 줄이고 흐름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이는 개인이 중심인 문화에서 오는 여유가 아니라, 오히려 집단 속에서 균형을 깨뜨리지 않기 위한 지혜로 작동한다.
한국식 기준으로 "그게 왜 OK야?"라고 느껴질 수 있는 상황도 많으니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사람들도 이 차부뚜오의 “대충대충, 그 정도면 됐다”는 중국인의 생활 습관과 사고방식을 비판하고 풍자하고 있는데 중국 근대 작가 후스(胡適, Hu Shi) 가 쓴 “차부뚜오 선생(差不多先生)” 이라는 풍자 단편이 있다.
차부뚜오 선생은 평생을 "差不多(차부뚜오, 그 정도면 됐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사람으로 이름이 틀리게 기재된 것을 보고도
→ “차부뚜오야(그 정도면 됐지).” 기차표를 잘못 사서 다른 곳으로 가게 되어도→ “어차피 비슷한 방향이야.” 환자를 착각하고 잘못 치료했는데도 → “거의 비슷한 병인데 뭐.”하다가 결국 이 ‘차부뚜오 정신’ 때문에 환자를 잘못 치료해 죽게 만들고, 자기 인생도 허무하게 끝을 맺는다는 스토리이다.
지금도 중국에서 “차부뚜오 선생”이라는 말은 “일을 정확히 안 하고 대충 처리하는 사람”을 지칭할 때 풍자적으로 쓰입니다. “너 차부뚜오 선생처럼 일할 거야?”
그리고, 중국인 일상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비슷한 표현으로 마마후후(馬馬虎虎)가 있는데 직역하면 "말과 호랑이처럼 애매모호하다"는 뜻이다.
실제 의미는 “적당히, 대충, 그럭저럭” 이라는 뜻으로, 무언가를 엄밀하게 하지 않고 어림짐작하거나 대충 처리하는 태도를 가리키고 이로 인해 발생한 자신의 실수나 불완전함을 가볍게 넘기려 할 때 사용되곤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의 글로벌화와 맞물려 젊은 세대, 대도시 중심으로 정확성과 책임을 중시하는 풍조가 확대되고 있다.
중국인들이 일상에서 자주 쓰는 우회적 표현
‘나중에 다시 생각해볼게’ (我再考虑一下)는 거의 거절에 가까운 표현으로 사실상 관심 없다는 뜻이다.
‘네 말도 일리는 있어’ (你说的也有道理)는 동의를 하지 않느 것으로 정면 반박은 피하려는 말투이다.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 (这事我们以后再谈吧)는 사실상의 거절로 다시는 얘기하지 않겠다는 암시로 보면 된다.
그리고, ‘문제없어요’ (没问题)라는 말도 많이 쓰는데 정말 문제 없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그냥 알았습니다라는 대답의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국 말 쉬운 표현을 두고 참 복잡하게 사용하는 것 같다.
회사의 사장 등 높은 사람들이 회의 등에서 자주 사용하는 정형화된 표현들이 있다. ‘네가 잘 생각해봐 (你好好考虑一下吧)’, ‘우리 다음에 다시 논의하자 (我们下次再讨论)’,‘네 말은 잘 들었다 (我了解你的意思了)’라는 문장인데 이느 결정된 사안이니 건드리지 말라는 의미로 의견을 직접 반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무산시키는 표현이다. 그리고, 내가 결정한다’는 권위와 체면도 같이 챙기는 화법이 되겠다.
재미있는 얘기로 중국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종종 듣게 되는 3개의 "메이(没)" 문화라는게 있다.
처음 거래를 논의할 때는 항상 “没问题(문제없어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일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没说(난 그런 말 한 적 없어요)”라고 말을 바꾼다. 결국 문제가 복잡해지고 잘 못 되는 느낌이 들어 또 물으면 마지막으로 “没办法(방법이 없습니다)”로 마무리된다.
이는 중국인의 우회적 표현과 책임 회피 태도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언어 습관이다. 그래서 중국과 협업할 때는 처음 들은 말만 믿기보다는, 가능한 한 문서화하고 반복 확인하며, 표현자체보다 맥락, 표정, 말투, 타이밍까지 함께 해석하는게 필요하다.
‘세개의 메이’ 참 재미있는 스토리인 것 같다.
그들은 왜 돌려 말할까?
왜 중국인은 직접 말하지 않을까?
이러한 배경은 단순한 언어 습관을 넘어, 역사·문화·정치·심리 구조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
첫째, 체면(面子) 문화
중국 사회에서 체면은 인간관계의 핵심으로 체면을 잃는다는 것은 단순한 창피가 아니라 사회적 신뢰와 지위를 상실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직설적인 표현은 상대의 체면을 훼손하는 행위로 간주된다.
그래서, 누군가의 의견에 반대하더라도 “그건 틀렸어요” 대신 “다른 의견도 들어볼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상대방의 자존심을 지켜준다. 그렇게 하면 자신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간주되며, 이는 곧 거래·협업·친밀한 관계 형성의 전제 조건이 된다.
둘째, 집단 내 갈등을 피하고 조화를 중시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중국 사회는 개인의 감정이나 의견보다 집단의 조화와 분위기 유지를 더 중요시하여 의견이 다르면 정면으로 충돌하기보다는 침묵하거나, 완곡하게 말하거나, 회피하거나, 분위기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방향으로 돌려 말한다.
셋째, 조직 안에서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말하기 기술
중국은 오랜 세월 황제 중심의 전제 정치를 경험해 오면서 그 영향으로 조직 구조도 위계 중심이고, 결정은 ‘상부’에서 내려오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권한을 넘지 않기 위한 조심성을 가지고 자신이 결정권자가 아니기에 확답을 회피할 목적으로 상대의 질문에 즉각 답하지 않거나 애매하게 답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다.
즉, 우회적 표현은 조직 안에서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말하기 기술이기도 하다.
넷째, 역사에서 체득한 비껴가기 생존 전략
중국은 오랜 세월 동안 황제중심의 전제 군주제 외에도 사회주의에서 정치 숙청과 밀고 문화, 이념 갈등과 계급투쟁, 감시 시스템 등을 경험해왔고 특히 문화대혁명 이후, 직설적인 말 한 마디로 인생이 바뀔 수 있었던 경험은 중국인에게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문화적 트라우마를 남겼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것 자체를 위험하게 여기는 문화가 형성되면서 직접적인 거절, 공개적 비판, 감정 드러내기를 실례로 여기고, 대신 에둘러 말하거나, 침묵하거나, 웃으며 넘기는 방식으로 갈등을 피해간다.
이러한 태도는 단순한 소극성이나 비논리적 화법이 아니라, 오랜 세월 속에서 체득한 자아 보호 전략, 즉 생존 방식이다.
속뜻을 파악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중국인의 돌려 말하는 우회적 표현을 잘 해석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말보다는 맥락, 태도, 표정, 말투를 함께 읽는 감각이 필요하다.
즉, 단순한 언어 능력을 넘어서 문화적 감각, 행간의 의미를 읽는 능력, 관계 중심의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이처럼 진의(眞意)는 말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말 뒤에 숨어 있다.
첫째, ‘말’보다 ‘의도’를 읽는 능력
중국인의 말은 겉으로 드러나는 단어보다 내포된 뜻이 중요한데 “고민해 보겠습니다” 또는 “검토하겠습니다”는 대부분 부정적 의미로 거절에 가낍고 “좋은 제안입니다” 라고 하면 관심이 없는 그냥 예의상의 말 일 수 있다. 정말 좋으면 행동과 태도에서 느낌이 온다.
둘째, 즉답을 요구하지 말고 여지를 주기
중국인은 의사결정에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즉각적인 결정은 부담스럽게 느끼고, “조금 생각해보겠다”는 말로 시간을 벌려 한다. 그때는 “지금 바로 결정하셔야 합니다”는 압박 대신, “충분히 검토해보시고, 편한 시간에 말씀 주세요” 같은 접근이 좋아 보인다. 어차피 결과는 달라질 게 없으니 편한 마음을 주고 받는게 필요하다.
셋째, 행동을 관찰하라.
중국인이 침묵하거나 모호하게 말한 후에 실질적인 후속 조치가 없다면 당연히 부정적 반응일 것이고 자주 연락이 끊기거나 갑자기 다른 사람을 내세우면 거절이나 회피의 메시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스”를 들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후속 행동(계약 진행, 회신 등)을 확인해야 한다. 말보다 행동이 진짜 메시지다.
넷째, 인간관계를 강화하여 신뢰를 쌓아라
중국에서는 친해질수록 직설적인 표현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우회적 표현은 인간관계가 성숙하지 않았음을 뜻할 수도 있으므로
자주 만나 비공식적 자리에서 대화를 나누는 등 이런 노력을 하면 표현의 농도도 바뀌게 된다.
다섯째, 정말 구체적인 답변이 필요하다면 질문을 구체화하여 진짜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검토해본다”는 말엔 “검토 결과는 언제쯤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로 명확히 대응한다. 얼버무리면 거절로 판단한다.
동시에 구두 약속만으로는 나중에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므로 중요한 의사결정은 반드시 문서나 메시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중국말에 입향수속, 入乡随俗(루시앙수이수)라는 말이 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라는 말로 중국인의 문화 적응과 관계 지향적 사고방식을 잘 보여주는 속담으로 우리도 중국인처럼 부드럽게 거절하되, 핵심을 돌려 말하는 법을 익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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