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구이저우(贵州)
[목차] [1] 들어가며: 조용한 감동의 땅, 구이저우로의 여행 [2] 구이저우 지역은 어떤 곳인가? (1) 구이저우의 개요 (2) 구이저우의 매력 [3] 내가 여행한 구이저우성 (1) 구이양(贵阳): 변화와 전통의 교차로 (2) 황과수 폭포(黄果树瀑布群): 자연이 빚어낸 걸작 (3) 서강천호묘채(西江千户苗寨): 소수민족의 삶 속으로 (4) 여파소칠공 풍경구(荔波小七孔): 아열대의 숨결 (5) 진원고진(镇远古镇): 강 위의 역사를 걷다 (6) 범정산(梵净山): 신성한 자연의 세계 [4] 구이저우의 요리 [5] 구이저우를 여행하는 이들에게 여행 팁 # 여행 시기 및 기후 # 교통과 이동 # 준비물과 주의사항 # 음식, 언어, 안전 정보 # 기타 유용한 팁 [6] 맺으며: 구이저우가 내게 남긴 것들 |
[1] 들어가며 조용한 감동의 땅, 구이저우로의 여행
여행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화려한 명소를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맛집을 순례하는 여행이고, 다른 하나는 낯선 땅의 공기와 사람, 그리고 그 안에 스며든 시간의 결을 느끼는 여행입니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구이저우 여행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구이저우는 지도 한 귀퉁이에 조용히 자리한 중국의 내륙성입니다. 그 이름조차 생소할 수 있는 이 땅에는 하늘과 맞닿은 범정산, 천 년을 살아온 묘족의 마을, 무명의 강물이 도시를 휘감는 진원고진 같은 보석 같은 장소들이 숨 쉬고 있습니다. 개발되지 않아 더 맑고, 꾸며지지 않아 더 아름다운 이곳에서 나는 매 순간이 살아 있음을 느꼈습니다.
이 글은 그곳에서 보고, 걷고, 마주친 사람들과의 따뜻한 교감, 그리고 내가 겪은 작은 불편함과 큰 감동을 솔직히 담았습니다. 때로는 여행자의 시선으로, 때로는 한 인간의 시선으로. 그렇게 적어내려간 이 기록이 여러분에게 새로운 여정의 설렘을 선물하길 바랍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대륙에서 구이저우는 그리 널리 알려진 지역은 아닙니다. 바다도 없고, 경제 중심지도 아니며, 화려한 대도시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알게 됩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 천 년을 이어온 소수민족 문화, 삶의 고단함을 감싸는 따뜻한 사람들의 눈빛—구이저우는 겉모습보다 훨씬 깊고 넓은 매력을 품은 땅이었습니다.
이 글은 그런 구이저우를 직접 여행하며 보고 듣고 느낀 경험들을 담았습니다. 여행지에 대한 정보와 팁은 물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짧지만 깊은 교감, 예상치 못한 풍경에서 느낀 감동을 함께 전하고자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이 땅이, 이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가깝고 따뜻하게 느껴지길 바랍니다.
[2] 구이저우는 어떤 곳인가?
(1) 구이저우성 이란 곳
구이저우성은 중국 서남부에 위치한 내륙 산악 지역으로, 윈난성, 쓰촨성, 후난성, 광시좡족자치구와 맞닿아 있습니다. 중국내 가장 빈곤한 지역중 하나로 해발이 높고 험준한 산악 지형이 대부분이라 "고원의 땅"이라는 별칭도 있습니다. 윈난성과 같이 중국의 소수민족들이 가장 밀집해 사는 지역에 속하는데, 묘족, 동족, 부이족 등의 다채로운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입니다. |
● 여행의 시작 – 가을날의 구이저우
2023년 11월, 늦가을의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중국 구이저우성으로 향하는 아침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도착지는 성도인 구이양(贵阳). 이곳은 한국인들에게는 아직 낯선 여행지입니다. 예전에는 대한항공 직항편도 있었지만, 코로나 이후로는 운항이 끊겼고, 지금은 직항편이 없는 만큼, 오히려 이 여정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4박 5일 일정으로, 현지 여행사를 이용했는데 여행사를 이용한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구이저우는 정보가 많지 않고, 교통편이 불편한 오지 지역입니다. 특히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한 주요 관광지를 효과적으로 둘러보기 위해서는 가이드의 안내가 필수였고,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명소에 대한 기대감도 한몫했습니다. 팩키지 여행 비용은 항공권 제외하고 인당 약 60만원.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구이양 시내에는 갑수루, 청암고진 등 몇몇 관광지가 있지만, 구이저우의 진정한 매력은 200~300km 떨어진 외곽에 있습니다. 황과수 폭포, 소칠공 풍경구와 같은 자연 명소, 전통 묘족 마을,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범정산까지. 본격적인 탐방을 앞두고,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참고로, 구이양에서 고속철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쭌이(遵义)라는 도시가 있는데 1935년 마오쩌둥이 정치적 권력을 잡은 역사적 장소로, 공산당의 성지이자 마오타이 백주의 산지로도 유명합니다. 이번엔 일정에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다음을 위한 숙제로 남겨두었습니다.

● 구이저우의 개요 – 중국의 숨겨진 고원
구이저우성(贵州省)은 중국 서남부의 내륙 산악 지역으로, 윈난성, 쓰촨성, 후난성, 광시 좡족 자치구와 접하고 있습니다. 면적은 약 176,000km²로 한국의 약 1.8배이며, 인구는 약 3,500만 명으로 한국의 약 65% 수준입니다. 성도는 구이양이며, 약칭으로는 '첸(黔)' 또는 '구이(贵)'라고 불립니다.
이 지역은 원나라 시기부터 중국 역사에 본격적으로 편입되었으며, 그 이전 춘추전국시대에는 야랑(夜郞)이라는 나라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야랑자대(夜郞自大)'라는 고사성어는 바로 이 지역의 고대 왕이 자신이 제일 크다고 착각한 데서 유래한 말입니다.
우물안 개구리라는 뜻의 사자성어죠.
구이저우는 중국에서 소수민족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로, 전체 인구의 약 40%가 소수민족입니다. 묘족, 동족, 부이족 등 30개 이상의 민족이 각자의 전통과 문화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어, 중국에서도 보기 드문 다문화 지역입니다.
● 기후와 지형 – 하늘도, 땅도, 사람도 쉽지 않은 곳
구이저우는 '천무삼일청, 지무삼리평, 인무삼분은'(天無三日晴, 地無三里平, 人無三分銀)이라는 말로 요약됩니다. 즉, "하늘 맑은 날이 사흘을 넘지 않고, 평평한 땅이 3리도 없으며, 사람에겐 3푼의 은도 없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구이저우는 험한 자연 환경과 함께, 기후도 좋지 않고 사람들도 가난하다 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지역은 아열대 고원 기후에 속하지만, 해발이 높아 여름은 선선하고 겨울은 습하고 추운 것이 특징입니다. 연평균 습도는 77% 이상이며, 겨울철에는 80%를 넘기도 합니다. 일조 시간도 매우 짧아 1월의 경우 평균 40시간에 불과합니다. 피부에 와닿는 칼바람보다는 뼛속까지 스며드는 습한 추위가 이 지역의 특징입니다. 남부 지방이라 따뜻할 것이라는 예상은 종종 오산이 됩니다.
반면, 여름철은 무덥지 않아 피서지로 인기가 있으며, 연 평균 기온은 14~25도 사이로 온화한 편입니다.
● 경제와 변화 – 낙후에서 성장으로
구이저우는 중국에서도 경제적으로 가장 낙후된 지역 중 하나로 알려졌습니다. 1인당 GDP는 윈난성, 간쑤성과 함께 전국 최하위권에 속해 있었죠. 하지만 최근 들어 그 이미지가 바뀌고 있습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이 지역은 석탄, 수은, 희토류 등 자원이 풍부해 관련 산업이 성장하고 있고, 둘째로는 황과수 폭포, 소칠공, 범정산 등 세계적 관광지를 중심으로 관광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이저우는 현재 중국 내에서 경제 성장률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로,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광둥성과 저장성의 기회를 놓쳤다면, 구이저우의 기회만은 놓치지 말라"고 말할 정도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 자연과 문화 – 카르스트 지형과 민속의 보고
구이저우는 자연경관과 전통문화가 어우러진 보고입니다. 해발이 높고 카르스트 지형이 널리 분포해 있어 폭포, 협곡, 석회동굴 등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이곳에는 황과수 폭포, 소칠공, 범정산, 진원고진, 서강천호묘채 같은 이름난 관광지가 있으며, 소수민족들의 마을과 문화 체험이 가능한 곳도 많습니다.
다만, 윈난성의 구채구나 리장, 광시성의 계림처럼 널리 알려지지는 않아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고, 덜 개발된 만큼 상업화되지 않은 진짜 중국의 속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그래서 더 특별한 여행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이들 대표적인 명소 중 6곳을 선택하여, 4박 5일 일정으로 탐방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 여정이 내게 어떤 풍경과 만남, 감정을 안겨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큽니다.
(2) 구이저우 여행의 매력
겉으로는 낙후된 내륙이지만, 그 안에는 놀라운 자연경관과 다채로운 전통문화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습니다. ‘중국 최후의 청정지대’라고도 불리며, 대규모 관광지화가 덜 된 덕분에 때 묻지 않은 풍경과 진솔한 사람들의 삶을 만날 수 있습니다. 구이저우는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 땅입니다. 그 척박한 땅에서도 꿋꿋이 삶을 이어가는 모습에서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습니다.
● 그 여행에서 느낀 감정
처음 구이저우에 발을 디뎠을 때, 나는 알 수 없는 낯설음과 조심스러움을 안고 있었습니다. 낯선 도시, 낯선 언어, 익숙하지 않은 문화. 구글맵이 작동하지 않는 구이저우의 도심에서 길을 찾는 일조차 쉽지 않았고, 간단한 식당에서 메뉴 하나 주문하는 것도 모험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은 오히려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 주었습니다.
구이저우는 화려한 관광지의 편리함은 없었지만, 있는 그대로의 진실함이 있었습니다. 개발되지 않은 자연, 꾸미지 않은 사람들의 삶, 상업화되지 않은 순수한 풍경. 그 속에서 나는 오히려 더 깊은 감동을 느꼈고, 여행의 본질이 무엇인지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진짜 여행은 불편함을 무릅쓰고 낯선 것을 마주하는 용기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이곳에서 깨달았습니다.
● 인상 깊었던 장소와 사람들
서강천호묘채에서 만난 묘족 노인의 말이 마음을 깊게 울렸습니다. "여기 삶은 불편하지만, 자유롭습니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도시에서 편리함만을 좇아 살아온 나에게 진정한 삶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했습니다. 진원고진의 조용한 강물 위로 퍼지는 붉은 등불의 물결, 범정산 정상에서 구름을 뚫고 마주한 사찰의 고요함—이 모든 장면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 내 마음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는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묘채의 계단식 논에서 아이들이 소리치며 뛰놀고, 진원고진 골목 어귀의 작은 찻집에서 말없이 차를 마시던 노인의 눈빛, 범정산의 좁은 바위길에서 함께 줄을 서며 서로를 도와주던 이들의 따뜻한 손길. 이 모든 장면은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아닌, 여행 속 만남의 온기를 전해주는 순간들이었습니다.
● 어려움과 깨달음
예상보다 높은 습도, 갑작스런 폭우, 외곽 지역에서 길을 헤매던 순간들… 어느 하나 쉽지 않았지만, 그때마다 나는 사람들에게 길을 묻고, 손짓으로 소통하며 도움을 받았습니다.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통했습니다. 낯선 곳에서의 불편함은 사람 사이의 온기를 경험하게 만드는 다리였습니다.
이곳에서 나는 여행의 본질이 '지도에 없는 길을 걷는 것'이라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구이저우는 나에게 낯섦과 마주하는 용기를, 다르지만 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그리고 삶의 진실함을 가르쳐 준 소중한 곳이었습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생각했습니다. 이 여행은 나를 바꿔놓았다고. 그리고 다시, 이 땅을 찾고 싶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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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소개
김일권
한국에서 기업인으로 30년을 살아온 평범한 직장인.
중국에서 17년을 근무하며 중국 각지의 숨은 매력을 여행자로서, 때론 현지인처럼 살아보며 경험했다.
특히 구이저우에서의 여행은 인생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삶의 깊이를 다시 돌아보게 해준 특별한 여정이었다.
이 책은 그의 다섯 번째 중국 여행 에세이이자, 진심으로 전하는 ‘느림의 미학’이다.
시리즈로 전개 됩니다. 다음은 여행지를 하나씩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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